- 나는 경제 저격수였다
관람일 – 9월 23일 (수) 늦은 6시 30분
- 줄거리
존 퍼킨스는 경제 저격수였다. 경제 저격수란 이른바 미국 제국 건설을 위해 세계 각국의 경제시장에서 ‘작전’을 펼치던 이들이다.
미국은 자신들을 글로벌 제국으로 만들기 위해 가난한 국가가 절대로 갚을 수 없는 돈을 빌려 준 뒤에 그 이자로 그 국가의 기간 산업들을 미국 기업들이(-카르텔) 선점, 후에 그 국가의 경제와 사법제도를 좌지우지하며 모든 것을 미국화 시켰다. 남미와 아랍의 많은 국가들이 미국의 “경제 저격수” 전략에 희생 당했었고 지금 현재도 당하고 있다.
“경제 저격수” 전략이 실패할 경우 쿠데타나 암살 등을 배후(-자칼)에서 일으켜 한 국가의 지도자를 추출, 후에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되는 인물을 국가 지도자로 앉힌 후 위 “경제 저격수”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모든 것을 미국화 시킨다. 이 암살에 당한 지도자는 에콰도르의 롤도스 대통령, 파나마의 토리호스 장군 등(-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이라고 영화는 말한다.
이 다큐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이 많았다. 첫 번째로는 미국이 군사력으로만 세계의 제국이 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고 두 번째로는 우리나라도 미국의 경제저격수의 대상국가일 것이라는 점이다.
겉으로는 전혀 드러나지 않았던 경제저격수를 통해서 힘없는 나라들을 굴복시키고, 굴복하지 않는 나라의 지도자에 대해서는 암살을 꾀하고 사건조사도 흐지부지 만드는 등의 일들을 무려 50년 동안이나 해 왔다는 사실에 대해서 분노도 느꼈다.
파나마 운하가 미국 소유였다는 놀라운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그 운하를 파나마 소유로 되찾아오기 위해 수많은 사람의 희생이 있어야 했다.
예전에 김일성이 테러가 무서워서 비행기를 타지 않고 기차를 타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때는 ‘피해망상도 유분수지’ 했는데, 이 다큐를 보고 나니까 그게 현실이었던 거다. 너무 무서웠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에도 분유를 무상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당선됐던 남미의 대통령이 네스카페로부터 거절 당하고, 결국에는 암살당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다큐의 에콰도르 대통령이 3개월만에 연이어 암살되는 것과 똑같다. 대통령이 암살당했는데, 자국 경찰이 그 비행기 사고 현장에 들어갈 수 없단다. 출입이 허락된 것은 군의 고위인사와 미국 수사기관 뿐이었다고 한다. 정말 가슴이 답답해졌다.
언젠가 환경 관련 시사 프로그램에서 포드 자동차가 미국의 철도를 다 뜯어버리고 도로로 바꾸어서 미국이 철도 대신 자동차 왕국이 되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는데(그때도 기함을 했다), [나는 경제 저격수였다]를 보니, 심지어 포드사 사장이 미국 재무성(?) 장관을 했다가 세계은행 총재도 하더라. 하…정말 말할 수 없이 놀라웠다. 자본주의란 이렇게 추악한 괴물이었나.
그나마 남미는 대통령이 둘 연달아 죽었지만, 사담 후세인은 그렇지 않았고, 그 결과 이토록 오래도록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큐에서는 존 퍼킨스가 책을 출간한 뒤 에콰도르에 가서 강연회 하는 장면이 나온다. 듣고 있던 청중들이 양키의 앞잡이는 물러가라고 소리치고, 니가 진짜 양심의 고백을 했다면 법정에서 증언해줄 수 있냐고 묻는다. 그때마다 어색한 침묵이 감돈다. 20여 년간 자신이 종사해왔던 일에 대해 내부고발을 하는 것은 정말 대단하고 용기 있는 일(생명의 위협까지 받는다)이지만, 그 사람 때문에 차관과 빚에 허덕이게 된 국민이라면 그를 비난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통령이 당선되면 경제 저격수(hit man)가 찾아간다. 그래서 우리랑 협조하면 너한테 엄청난 돈을 주겠다. 하지만 협조하지 않는다면 뒷일을 장담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타협하지 않았던 대통령들은 암살당한다. 경제 저격수의 협박이 먹혀들지 않으면 그 담에 자칼이 찾아가서 죽이는 것이다. (영화 [자칼]이라고 있었는데, 자칼이 이런 사람들이었나 새삼 놀랐다. 다시 한번 찾아볼까 싶기도 하고) 선임자들이 그렇게 죽어나가는 걸 보는데, 누가 타협을 거부할 수 있을까?
아무리 거대한 어떤 것이라도, 모든 것은 결국 인간, 개인이 만들어간다는 생각이 든다.
이걸 보고 오늘 아침에 UN에서 핵확산 금지 조약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는 뉴스를 듣는데, 그 뉴스 듣자마자 “확산만 금지? 그러면 지금 가지고 있는 미국은 그냥 계속 보유하시겠다?” 생각했었다. 오바마가 직접 주도했다는데, 어떻게 될지 두고봐야겠다.